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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머리에 불 붙인 20대, 왜 집행유예로 끝났나

by orange-danggn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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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서 친구의 머리에 인화성 디퓨저를 바르고 불을 붙여 화상을 입힌 20대 A씨(20)와 B씨(20)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지윤섭 부장판사는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상해 혐의로 A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범죄임에도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로 마무리된 이유는 무엇일까. 법적 판단과 양형 기준을 분석해 본다.

 

친구 머리에 불 붙인 20대, 왜 집행유예로 끝났나

 

사건 경과: 장난이 부른 비극

2023년 11월 30일 오후 10시경, 청주에 있는 피해자 C씨의 집 화장실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A씨와 B씨는 친구 C씨의 앞머리에 인화성 디퓨저를 바른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디퓨저에 불이 붙는지 궁금했다”는 그들의 장난은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불은 C씨의 머리카락과 디퓨저에 옮겨붙으며 얼굴과 목에 3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화상을 입혔다. 두 사람은 즉시 불을 끄려 했으나, 피해는 이미 심각했다.

경찰은 A씨와 B씨를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상해 혐의로 입건했다.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장난이었다”며 고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의도적 상해 행위로 판단했다.

 

처벌 결과: 집행유예의 배경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집행유예 3년), B씨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상해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형법 제257조 및 폭력행위처벌법 제2조). 피해자의 화상 정도를 고려하면 실형 가능성도 있었지만, 집행유예로 결론 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해자의 의사
    지윤섭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C씨가 친구 관계를 유지하며 선처를 요청한 것은 양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의 용서나 합의는 감형 요인으로 작용한다(형사소송법 제51조의2).
  2. 반성과 초범 여부
    A씨와 B씨는 재판에서 반성문을 제출하고 깊이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전과가 없는 초범으로, 법원은 재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양형기준상 초범은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을 높인다.
  3. 범행의 경위와 고의성
    법원은 이 사건을 “장난에서 비롯된 우발적 범행”으로 봤다. A씨와 B씨가 살인이나 중대한 상해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됐다. 그러나 “범행의 위험성”은 불리한 요소로, 디퓨저의 인화성과 라이터 사용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4. 사회적 맥락과 나이
    피고인들이 20세로 젊고, 사회적 경험 부족으로 위험성을 간과했다는 점이 참작됐다. 법원은 이들에게 교정 기회를 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 집행유예를 선택했다. 집행유예는 일정 기간(3년 또는 2년) 재범이 없으면 형 집행이 면제되는 제도다.

법적 분석: 양형 기준의 균형

형법상 상해죄는 피해 결과의 경중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 C씨의 화상은 3주 치료로 비교적 중한 상해로 분류되지만, 영구적 장애나 생명 위협까지는 아니었다. 양형기준(대법원 양형위원회)을 보면, 상해죄로 3주 이상 치료가 필요할 경우 기본형은 징역 6개월~1년 6개월이다. 여기에 공동 범행(가중)과 피해자 합의(감경)가 적용돼 A씨는 1년 4개월, B씨는 1년이 선고됐다.

집행유예는 실형 선고율이 높은 중범죄(예: 살인, 강도)와 달리, 상해죄처럼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서 자주 활용된다. 특히 피고인의 반성과 피해자 합의가 두드러진 경우, 법원은 사회 복귀를 우선시한다. 이번 사건에서 A씨와 B씨의 처벌이 B씨가 더 낮은 이유는 범행 가담 정도의 차이로 보인다. A씨가 디퓨저를 바르고 불을 붙이는 데 주도적이었다면, B씨는 보조적 역할로 판단됐을 가능성이 있다.

 

논란과 시사점

이 사건은 “장난”이라는 이름 아래 저질러진 범죄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디퓨저와 라이터는 일상적 물건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택한 것은 피고인의 젊은 나이와 반성을 고려한 결정이지만, 일부에서는 “화상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너무 가볍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소년과 젊은 층의 무분별한 행동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교육과 예방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법적 처벌뿐 아니라, 위험 행동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론

청주지법의 이번 선고는 피해자의 용서와 피고인의 반성이 집행유예로 이어진 전형적인 사례다. 하지만 장난으로 시작된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점은 묵직한 교훈을 준다. 법은 균형을 찾으려 했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판결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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